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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진짜’ 감성 '감성마을협동조합'

마을의 ‘진짜’ 감성

감성마을협동조합

 

 

가게 안으로 초등학교 2학년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들어오더니 책가방을 테이블 위에 턱 올려놓는다. 그러고는 곧 가게 안의 전화기로 다가가 어딘가로 전화를 건다. 건너편에서 전화를 받지 않는지 아이는 말없이 수화기를 내려놓고는 의자에 앉아 학습지를 꺼내어 풀기 시작한다. 한 20여 분이 지났을까? 따르릉, 따르르릉, 하고 전화기가 울려댄다.

 

“네, 여보세요, 감성마을입니다. 네! 잠깐만 기다리세요.”

주방에 있는 아주머니가 전화를 받고는 얼른 아이를 부른다.

“혜원아, 엄마 전화 왔다!”

아이는 수화기로 냉큼 달려와 엄마 전화를 받고 이야기를 나누고는, 전화를

끊고 책가방을 챙기기 시작한다.

“혜원아, 가는 거야? 엄마 집에 계셔?”

“네.”

“응, 잘 가!”

아이는 책가방을 들고 가게 문을 나선다.

 

 

온돌방의 아랫못처럼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는 곳

 

 

이런 장면은 감성마을 가게에서는 자주 일어나는 풍경이다. 중랑구 면목동 중랑 초등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10평 남짓한, 간판은 보이지 않지만 은은한 불빛이 보이는 가게가 하나 있다.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자칫 지나칠 수 있지만, 이곳은 면목동 아이들의 아지트와도 같은 곳이다. 드나드는 아이들이나 가게 안의 어른들 모두 옹기종기, 도란도란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게다가 서로가 하루이틀 본 사이가 아님을 증명하듯 그들만의 친근함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감성마을 가게는 아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혜원이처럼 쑥 들어와 책상에 앉아 학습지를 푸는 아이도 있고, 고개만 쏙 들이밀고는 두리번거리다 가는 아이도 있고, 어떤 아이는 피아노학원 가는 길에 자기가 아끼는 자전거를 가게 문 앞에 세워놓고 가기도 한다. 감성마을은 그렇게 온돌방의 아랫목처럼 중랑구 아이들과 엄마들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고, 마을 주민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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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을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작지만 소중한 변화

 

 

감성마을 엄마들의 역사는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엄마들은 중랑초등학교에 아이들을 보내고 있는 학부모들이었고, 모여서 정기적으로 역사체험활동을 했다. 모임을 하다 보니 아이들의 교육 환경에 대한 불만과 아쉬움, 한계를 토로하게 되었고 좀 더 나은 교육 환경이 있는 동네로 이사를 가고 싶다는 속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렇게 2년여가 흐른 2012년, 엄마들은 동네 한가운데에 생기는 ‘고가도로’와 관련된 지역 현안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참여하게 되었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서울시에서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지원사업을 공모한다는 정보를 알게 되었고, 동네의 열악한 교육 환경을 바꿔보고자 10여 명의 엄마들이 모여 부모 커뮤니티 사업을 신청하게 되었다. 그러고는 그동안 다른 동네 일이라고만 여겼던 벼룩시장이나 생태체험 등의 가족 프로그램을 직접 계획하고 진행했다. 이에 따르는 여러 행정 절차들이 낯설고 어려웠지만 함께하는 엄마들이 있어 서로 격려하며 이겨낼 수 있었다. ‘내 마을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작지만 소중한 변화였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2013년 부모 커뮤니티 사업에는 유아, 초등, 청소년 세 모임으로 나누어 또다시 지원신청을 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세 모임 모두 선정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모두가 실망감에 허탈해했지만 그래도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이겨내야겠다고, 앞으로 일을 더 벌여봐야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좋은 교육 환경을 만들어보겠다고 시작했던 그간의 작은 경험들이 힘이 되었다. 엄마들은 세 모임으로 나누었던 부모 커뮤니티를 ‘감성마을’이라는 하나의 모임으로 만들어 ‘우리 마을 사랑방 작은도서관’이라는 사업으로 ‘우리마을 프로젝트’에 지원하게 되었다.

 

감성마을의 대표 명신 씨는 중랑구에서 아이들의 먹거리 문제의 심각성을 일찌감치 인식했다. 중랑구 주민들의 소득 수준이 아이들 먹거리에 영향을 주고있다고 명신 씨는 생각했다. 소득 수준이 그리 높지 않으니, 아이들의 먹거리도 한정되어 있을뿐더러 영양도 부실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것. 아이들이 학교나 집 밖을 나서면 인스턴트 식품과 불량식품 등에 당연히 노출된다. 엄마들은 아이들이 하나를 먹더라도 제대로 영양가 있는 좋은 음식을 섭취하고, 어렸을 때부터 올바른 식습관을 들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뜻이 맞는 엄마들과 함께 감성마을 간식가게의 첫걸음을 떼었다.

 

처음에 서너 명이 하려니 육아와 가게 일을 병행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함께 도움을 주는 엄마들과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엄마들이 늘어나면서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해졌다.

 

‘감성마을’의 프로그램인 유아부터 고등학생까지 아동과 청소년을 아우르는 요리교실은 아이들에게 최고 인기다. 엄마, 아빠가 없더라도 자기가 먹을 것은 한 가지라도 만들어서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요리교실의 지향점이다. 아이들이 고사리 손으로, 서툴지만 하나둘씩 배우다 보면 성취감을 느끼고, 스스로 간식을 건강히 챙겨먹을 수 있는 아이로 자라날 것임을 기대하면서 엄마들은 열심히 요리교실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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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문제에서

엄마의 문제로 시선이 바뀌다

 

 

명신 씨는 아이들을 들여다보는 시선에서 자연스럽게 엄마들, 여성들에게로 옮겨갔다. 엄마들의 사회적 관계의 연장과 확장성에 대한 고민을 하는 여성들이 많아졌고, 육아를 하는 자신들의 전망도 생각할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엄마들은 바라고 있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취미 프로그램이었다. 서로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관계도 맺고, 좋은 관계 안에서 자신들의 꿈과 사회적 성취 등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랐던 것이다.

 

감성마을에서는 엄마들의 바느질모임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고 최근에는 엄마들의 작품으로 전시회도 열었다. 또한 푸드케이터 양성과정 프로그램으로, 엄마들의 독학으로 아이들의 먹거리 교육을 진행할 수 있는 소질을 키워내고 있다. 전문강사 위주의 강의보다는 엄마들이 자신들의 노하우를 서로 가르쳐주고 배우는 것을 통해 깊이 있고 풍성한 수업이 진행된다. 단지 요리수업으로만 끝나는 일회성이 아니라, 엄마들이 지속적으로 공부해서 일자리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기를 명신 씨는 바라고 있다. 지역의 어린이부터 청소년 대상 수업까지 진행할 수 있는 먹거리 교육의 전문강사로서 엄마들이 사회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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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신 씨는 엄마들에게 소모임이나 공부모임으로 그치지 말고 협동조합이나 마을기업 등으로 도전해보라고 늘 당부한다. 취미 삼아 했던 일이 자신의 일거리가 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감성마을 운영을 시작할 때도 ‘3년만 버텨보자’라고 생각하며 이 악물며 버텼다. 무척이나 힘들었지만 그만큼 자신이 많이 성장했음을 경험했으므로, 다른 엄마들에게도 할 수 있다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싶다. 결과보다는 준비하고 공부하는 과정에서 엄마들의 관심과 눈은 커가고 그 속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스스로 또 다른 자질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엄마의 문제에서 지역의 문제로

시선이 옮겨가다

 

 

엄마들은 아빠들과 아이들 사이에 상호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곧 감성마을에서는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하는 요리수업이 진행되었다. 요리수업에 참여하는 아빠들은 가족끼리의 여유가 생겼다는 것에 행복을 느꼈다.

 

명신 씨는 감성마을이 엄마, 아빠가 없어도 아이들이 마음껏 드나들고 보호받을 수 있는 안식처의 역할을 해주길 바라고 있다. 감성마을을 통해 내 가족만이 아닌 마을이 온통 우리의 가족이 된다면, 마을은 아이들에게 더할 나위없이 안정적인 환경이 되지 않을까? 명신 씨는 아이들에게 감성마을이 추억거리가 되어가고 있다며, 한 아이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느 날, 주먹밥을 먹고 간 아이가 엄마가 일을 쉬는 날에 엄마를 데리고 온거예요. 엄마에게 주먹밥을 사주고 싶다면서요. 그 모습을 보는데 너무 기특하더라고요.”

 

감성마을은 소규모 공부방도 운영하고 있다. 동네 엄마 두 사람이 자원봉사로 수업을 맡고 아이들 5명이 영어와 논술을 배우고 있다. 이를 본 다른 아이들도 참여하고 싶어 하지만 엄마들이 모두를 수용하지 못해 아쉬운 상황이다. 또 한 겨울방학을 맞아 중국어 배우기나 인형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운영할 계획이다.

 

명신 씨는 돌봄이나 복지, 문화는 마을 주민이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다고말한다.

 

“동네마다 발 벗고 나설 수 있는 엄마들이 많아요. 하지만 현재는 엄마들의수고에 대해 소정의 보상이 없는 게 안타까운 상황인 거죠. 우리 마을에서 내 아이를 키우면서, 사회적 관계망을 끊지 않고 자신만의 전망을 찾을 수 있는 소소한 뒷받침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마을에서 해결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면 주민들의 삶의 질도 자연스럽게 높아지지 않을까요?”

 

명신 씨는 감성마을 같은 공간이 동네마다 하나씩 있다면, 정부에서 부담하는 사회적인 서비스 비용은 훨씬 절감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마을에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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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생기고, 마을에 살고 있는 엄마들이 그 공간을 운영할 수만 있다면, 주민들이 원하는 사회적 서비스의 욕구는 충분히 충족될 수 있지 않을까?

 

 

마을의 진짜 감성이 여기에 있다.

우리는 감성 동지!

 

 

마을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간식가게를 하다 보면 난감할 때도 있다고 한다.

 

가족 같은 아이들과 주민들 사이에 돈을 주기도 받기도 불편한 상황들이 연출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감성마을에서는 기부금 통을 만들었다. 감성마을에 맘 편히 올 수 있도록, 주민들이 내고 싶을 때 원하는 만큼 낼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마을일은 순수해야 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설득이 아니라 공감과 감동이 있어야 이루어진다고 봐요. 나만의 필요로는 혼자서는 무엇도 이뤄낼 수 없고, 함께 노력하다 보면 될 수밖에 없는 게 마을일인 거 같아요.”

 

2014년, 아이들에게 몸에 좋은 간식을 만들어주고 싶어 6명의 조합원들이 1,000만 원의 출자금을 만들어 마을기업 지원신청을 했고 보증금 7,000만 원의 지원을 받아 지금의 자리에 간식가게를 열게 되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고민은 비슷하다. 아이가 출출할 때 믿고 보낼 만한 간식가게가 학교 주변에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한 번쯤 안 해본 엄마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감성마을은 다른 지역의 엄마들에게도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주메뉴는 떡볶이, 주먹밥, 샐러드, 국수 등이고 운영비를 제하고 나면 엄마들에게 돌아가는 건 한 달에 10만 원 정도의 수고비다. 들여야 하는 시간은 만만치 않고, 수고로운 노동 뒤에 오는 보상도 변변치 않으니 그동안 엄마들 간의 갈등이나 재정과 행정에 관련된 어려움들도 무수했다. 돈을 벌자고 한 것도 아니고, 한자리하자고 나선 것도 아니고, 그저 아이들에게 좋은 음식을 만들어주고 싶은 순수하고 절실한 마음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지만 초심을 잃지않으려 서로를 위로하고 등을 토닥이면서 어려운 고비를 몇 차례나 넘겼다.

 

이렇게 순수함으로 똘똘 뭉친 감성마을은 동네 아이들의 안락한 징검다리이자, 엄마들의 정보의 바다이자 전망지대이다. 더불어 감성마을은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다양한 활동들을 통하여 아이 키우기 좋은 면목동, 누구나 살고 싶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랑천에서 벼룩시장과 서울시의 후원을 받아 축제도 기획하고 진행하여 마을에 엄마들의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엄마들의 소소한 이야기로부터 시작되어, 아이들, 그리고 더 나아가 중랑구 주민 전체의 건강한 환경을 조성하고자 하는 엄마들의 노력이 빛을 발할 것이다. 마을의‘진짜’ 감성이 바로 여기 중랑구 감성마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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